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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해숩니다.4

비오는 날. 피아노소리. 2001년 어느 날. 갑작스럽게 비가 왔어. 급하게 몸을 피했는데, 학교 앞 사거리에 있던 음반가게였어. 등을 벽에 붙이고 하늘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데... 음반가게에서 설치한 스피커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거야. 멍하더라. 하늘의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정지한 기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멈춰있는 기분. 빠방 거리던 자동차 소리도, 빗소리도 다 없어진 기분. 움직이는 건 나뿐이고, 들리는 건 그 피아노 소리뿐이었어. 멍하니. 그렇게 그곳에 멈춰있었어. 좋더라. 그때부터. 비오는 날엔, 의식적으로 피아노 연주곡을 들었어. 지금도. 참... 비오는 날이 싫었는데, 덕분에 조금 좋아졌어. 약간은 기대도 되고. 얼마 전. 좋아하는 후배의 생일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 친구가 피아.. 2021. 7. 21.
롯데자이언츠 합천이 고향이신 아부지께선 엄청난 롯데팬이셨습니다. 아부지께선 롯데가 이기면 붕어빵이든 뭐든 먹을 것을 사들고 오셨고, 지면 늘 술에 취해 들어오셨죠. 초딩이었던 저는 아부지께서 사오시는 맛난 음식을 기대하면서, 잘 알지도 모르는 롯데를 응원하기 시작했어요. 점점 그때의 아부지나이에 가까워 지면서, 느끼는 건. 힘든 서울살이 속에서 아부지를 웃음짓게 하고, 하루를 이겨내도록 하는 힘이 롯데였다는 생각을 합니다. 롯데가 이기면, 야구의 야자도 모르면서 롯데 이겼다고 좋아하는 아들녀석, 그것을 보며 미소짓는 아내와 함께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었겠다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 저는 꼴빠가 되었습니다. 중학생때는 LG 김동수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롯데가 이기냐 LG가 이기냐로 매일매일 내기하다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 2021. 4. 19.
김계란말이 천호동에 어머니를 뵙고 오면, 꼭 계란 한판을 주셔. 지난 주말 천호동을 다녀온 덕분에 우리 집 계란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빨리 계란을 먹어야 했어. 어제는 계란 6개를 써서 후딱 계란말이를 만들었지. 유통기한이 살짝 넘은 어린이 김도 있기에, 계란말이 사이에 김을 깔아 '김계란말이'를 만들었어. 예전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싸주실 때 종종 보였던 그 김계란말이였어. 그 김계란말이가 얼마나 맛있었냐면, 등교할 때부터 3교시 끝나고 그 계란말이를 짜잔하고 열 때,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쫙 펴지고 당당해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을 정도. 순식간에 계란말이가 사라지는 섭섭하면서도 기분 좋은 상상에 절로 웃음이 날 정도. 대학을 다니며 안주로 먹었던 수많은 계란말이도 그 계란말이를 지우지 못했어. 사실 계란말이를 만드.. 2021. 2. 24.
천호동 뽀뽀뽀가 시작되고, 한국프로야구가 시작한 그해. 서울 천호동 한증막 앞집에서 태어났다고 들었다. 그집은 아직 남아있고, 한증막은 공용 주차장이 되었다. 천호동에서 자랐다. 학교를 다녔다. 물총싸움도, 눈싸움도, 망까기도, 처음으로 꽃을 심었던 기억도, 돈을 빼앗긴 기억도 다 천호동 어느 골목에서다. 잠깐 성남으로 이사한 적이 있다고 들었고, 사진도 남아 있지만, 기억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천호동 밖에서 밥을 사먹고, 놀았다. 결혼을 하고 겨우 천호동을 떠났다. 어머니는 아직 천호동에 계신다. 쇠귀 신영복선생님의 호가 우이동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나는 천집으로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닥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재미있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다. 천호동 골.. 2021. 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