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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학생이 지금 해야 할 건 그냥 나를 믿는 것뿐이야. 아빠가 대학생때인가. 대학원생때인가. 엄청 급한 상황이었어. 급히 어디를 가서 무엇인가를 제출해야 했지. 택시를 탔고, 아저씨께 제발 빨리 가달라고 했어. 택시 뒷좌석에서 앞 좌석의 의자 사이에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발을 동동거렸어. 에고... 그런데 길은 막히고, 아빠는 더 불안해졌지. 그때 택시기사 아저씨께서 이런 말을 하셨어. “학생.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 학생 말대로 최선을 다해서 빨리 가도록 할게. 학생이 지금 해야 할 건 그냥 나를 믿는 것뿐이야. 동동거리고 마음 졸인다고 해결되지 않아. 나를 믿고, 학생은 조금이라도 맘 편히 있어.” 그때 아빠는 정말 머리에 커다란 망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 마음이 놀랍도록 평온해지기도 했어. 그때부터 아빠는 어느 순간이든. 내가 해결할 수 .. 2021. 2. 24.
006.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이 길이 내 길인 줄 아는 게 아니라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 거야.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장기하와 얼굴들, 속에서. 맞아. 우리는 열심히 길을 찾으려 하지만, 사실 우리 발 밑에는 길이 있어. 발 밑에 있는 길이 우리가 떠올리는 그 길 모양이 아니어도, 잘 닦여 있지 않아도. 길위에 우리가 서있는 것은 맞잖아? 그래서 단비야. 길을 열심히 찾으려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지금 이 길위를 열심히 걷는 것이 어쩌면 더 현명한 것일지 몰라. 한발 한발.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때로는 쉬기도 하면서... 진심을 다해서 걷는 것. 그러다보면 그 길이 내 길이 되는 것이 아닐까? 2021. 2. 24.
005. 그깟 5분. 아빠가 왜 살이 찌나. 생각해봤어. 그리고 살이 쏙 빠졌을 때, 아빠는 어떻게 살았나. 생각해봤어. 결론은 그때는 “그깟 5분이면 돼.” 라고 중얼중얼거리며 살았다는 것. 돌이켜 보면 세상의 많은 일들이 5분 안에 끝나는 것들이 많더라. 그래서 5분만 몸을 으샤! 하며 움직여서 후딱 하면 되는데, 지금 당장 귀찮다고, 지금 보고 있는 스마트폰 무엇을 하고 나서 하겠다고, 혹은 좀 더 뒹굴뒹굴하겠다고 조금씩 조금씩 미루게 되더라. 예전엔 몸이 빠릿빠릿했는데, 요즘엔 느릿느릿해. 몸이 빠릿빠릿했던 그때는 머리도 빠릿빠릿했던 것 같아. ‘그깟 5분’이라는 마음이 사람을 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그깟 5분’이면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생각해보면 말이야. 어쩌면 ‘그깟 5분’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 2021. 2. 24.
김계란말이 천호동에 어머니를 뵙고 오면, 꼭 계란 한판을 주셔. 지난 주말 천호동을 다녀온 덕분에 우리 집 계란은 포화상태가 되었고, 빨리 계란을 먹어야 했어. 어제는 계란 6개를 써서 후딱 계란말이를 만들었지. 유통기한이 살짝 넘은 어린이 김도 있기에, 계란말이 사이에 김을 깔아 '김계란말이'를 만들었어. 예전 어머니께서 도시락을 싸주실 때 종종 보였던 그 김계란말이였어. 그 김계란말이가 얼마나 맛있었냐면, 등교할 때부터 3교시 끝나고 그 계란말이를 짜잔하고 열 때,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쫙 펴지고 당당해질 생각에 기분이 좋았을 정도. 순식간에 계란말이가 사라지는 섭섭하면서도 기분 좋은 상상에 절로 웃음이 날 정도. 대학을 다니며 안주로 먹었던 수많은 계란말이도 그 계란말이를 지우지 못했어. 사실 계란말이를 만드.. 2021. 2. 24.
지리지리 미로, 교과박람회리플릿 작년 6월. 교과박람회에 사용할 선택과목 리플릿을 만들었어. 사실, 그해 새학기를 준비하며 학습지에 넣을 지리 소개를 고민하면서, 지리와 관련된 직업을 워크넷의 직업사전을 기준으로 추렸고. 그것들을 길을 찾는다는 의미로 미로로 만들어 놨었어. 그것을 리플릿에 담았지. 미로 벽에 직업을 줄줄줄 적었어. 친구들이 직접 간단한 미로를 해결하면서, 두리번두리번거리며 그 직업들을 한 번 더 살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 세상에 이런 직업도 있구나 놀랐으면 하는 바람. 이런 직업이 지리와 연관되어 있구나 하고 또 한번 놀랐으면 하는 바람. 그 바람들을 담았어. 사실. 한켠에는 마음이 불편하기도 해. 직업으로 교과를 소개해야 한다는 게... 꼬시는 것 같잖아. 뭔가 숨기는 것도 같고... 그냥 재미로 가볍게 선택해서, .. 2021. 2. 23.
흑백 초점 모빌 모자 아이 장난감 통을 정리하다 발견했어. 예전에 만든 흑백 초점 모빌의 일부분. 흑백 초점 썸띵은 정말 갓난아이일때 쓰는 것인데. 기록을 찾아보니 2018년 12월이네. 시간도 참... 난 이왕이면 세상에 하나 뿐인 아빠표 물건을 하나둘씩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 그 친구도 추억이 되고, 나도 추억이 되고... 내가 생각하고 만든 첫번째 물건은. "흑백 초점 모빌 모자" 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을 때, 아빠 머리 위에 흑백 초점 모빌이 대롱대롱거리도록 말이야. 동네 문방구에서 부직포를 사고, 제과점에서 종이 고깔모자를 하나 사고, 베란다에서 세탁소 옷걸이를 가져다가. 부직포로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로 틀을 잡고. 그 안에 지구, 한반도, 아이의 이름을 넣고. 만들어진 것을 세탁소옷걸이에 걸고. 세탁소.. 2021. 2. 22.
004. 가만히 있어봐. 아빠가 어렸을 때. 무더운 여름날. 땀이 뻘뻘. 숨은 헉헉. 너무 더워서 너의 할머니에게 주르륵 달려가면. 할머니는 늘 이렇게 말하셨어. “가만히 있어봐. 그러면 시원해져.” 그러면 아빠는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하지 말라고. 투덜거렸지.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알 거 같아. 정말로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지는 것도 알아.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작은 실바람도 느껴지거든. 평소에는 지나칠 작은 바람. 그런데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이제는 잘 알아. 평상시에는 모르고 있었던 소중한 작은 것들. 가만히 눈감고 있으면 보이는 것들. 단비야. 종종 가만히 눈감고 있어 보자. 2021. 2. 11.
003. 아싸. 가오리. 농활가자! 라는 선배의 말에… 그냥 간 농활은. 아빠의 많은 것을 바꾼 사건이었어. 농활에는 몇몇 규칙이 있었어. 농사일을 어르신과 함께 할 때, “아! 힘들어!”라는 말을 하면 안된대. 그런데 힘들어서 뭐라도 뱉고 싶을 때는 “아싸! 가오리!” 라고 외쳐야 했어. 넓은 고추밭과 끈적끈적거리는 담배밭, 오르고 또 올라도 도착하지 않는 복숭아밭까지 아빠는 농촌과 어울리지 않는 가오리를 그렇게도 많이 찾았어. 신기한건... 그렇게 가오리를 외치면 피식 웃음도 나오고. 힘도 난다는 거야. 그리고 그것을 들은 선배나 친구들도 피식 웃고 말야. 종종... 힘들어. 힘들지... 그럴때마다 우리 "아싸! 가오리!"를 외치자. 어쩌면, 힘들다라는 말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일지도 몰라.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2021. 2. 11.
002. 이번 실패도 멋있게. 우리는 살면서 많은 실패를 해. 실패는 가슴 아픈 일이야. 힘들어. 그래서 그 실패를 마주하는 것이 무섭고 두렵지. 때로는 실패가 뻔히 보이는 일도 있어. 그런 일 앞에 서기는 쉽지 않아. 솔직히 아빠는 그런 일 앞에, 도망을 쳤었어.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상처 받기 싫었거든. 다른 사람에게 실패한 모습을 보이기도 싫었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부끄러워. 이제 아빠도 도망 안칠 거야. 실패해도 돼. 실패한 모습 보여도 돼. 괜찮아. 그 실패가 당장은 커 보일지 몰라도, 돌이켜보면 대부분 작은 일인 경우가 많아. 사람들도 쉽게 잊어. 아니,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안 쓸걸? 오히려, 도망친 그 모습이 스스로를 더더욱 힘들게 할 거야. 실패해도 돼. 좀 아프면 되지 뭐. 다만, 그 실패는 의.. 2021. 2. 11.